Insight #77_크립토는 새로운 신뢰 시스템이다, 크립토는 프로그래머블하다, Tokens in the attention economy, 디지털 아이덴티티, 데이터의 자유로운 교환, 머니 스트리밍: MeanFi, Superfluid, ZEBEC, 윤자영 대표
오늘은 크립토 인사이트만 다룹니다. 다음주에는 다양한 주제로 찾아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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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벌써 몇년째 크립토 공부를 해오지만, 공부를 해도 해도 ‘크립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아직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오너십 이코노미'라는 글에서 내 생각을 일차적으로 정리하긴 했었으나, 항상 ‘진짜로 이게 본질이 맞을까?’하는 질문을 달고 살아간다. 오늘따라 이 질문에 대해서 대답해 볼 수 있는 글들이 많아보여서, 여러분들도 읽어보면서 같이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크립토는 단순하다. 현재는 중앙기관만 신뢰할 수 있다면 모든게 편해지는 시스템인데, 이 중앙기관이 때때로 문제를 일으키니 중앙기관을 없에버리고 대신 기계/알고리즘을 중개자로 두자. 이 신뢰 시스템을 프로그램으로 최초로 구현해낸 것이 비트코인, 그리고 지금의 크립토다.
이 부분에서 그 유명한 ‘탈중앙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중앙기관 대신 불특정 다수들의 합의가 있어야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언가 변경 사항이 필요하거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또한 서로간의 합의가 있어야만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기존의 시스템보다 모든 것에서 월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예전부터 이야기가 나온것 처럼 현존하는 체인들은 비자 처리량보다 느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러한 시스템이 기존에는 하지 못하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이 기존적으로 프로그램화 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걸 활용해서 보다 나은 프로그램으로 만든다거나, 주식회사의 설립 필요 없이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회사와 비슷한 무언가를 인터넷에서 만든다거나(DAO) 할 수 있게 되었다.
My (not first) impression on "Web3" - Unleashxyz
그런데 굳이 ‘탈중앙화'여야만 할까? 처음에는 불특정 다수들의 합의가 있어야만 작동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사실 진짜로 필요한건 이러한 시스템을 ‘프로그램'으로 작성했다는 측면이 아닐까? 굳이 내가 합의 과정까지 관여해야하나? 결국 사람들은 ‘합의' 시스템을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나는 크립토의 진짜 본질은 ‘탈중앙화'가 아닌 ‘프로그래머블하다'라는 측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위 글에 많이 공감했다.
“결국 Crypto를 한다는 것은 실제로 암호학적인 기법이나 탈중앙화의 정신이나 이런 것과 관련이 있다기 보다는 tokenize를 해서 분산화된 전 세계 네트워크에서 나의 자산(또는 secondary character)을 service와 국경에 상관없이 transfer할 수 있는, 즉 cross-border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갖는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Solana 등이 덜 중앙화되었다고 비판할 명분이 적어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짜피 중앙화되도록 서비스가 구현되고 움직이는데 (Ethereum에 배포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짜피 특정 노드를 신뢰해야 하는데…) 탈중앙화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위 글은 한술 더 떠서 크립토를 통해 기존의 레거시를 가져올 수 있고, 따라서 크립토는 권력을 가져오는 도구라고 평한다. 나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2019년에 탈블록체인을 했다가 이제 와서 다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전통 플레이어(여기서 말하는 전통 플레이어는 software sector에서의 legacy winners를 의미함. 예를 들어 a16z를 꼽을 수 있다.) 왜 traditional VC들이 Web3 키워드를 밀면서 미친 듯이 들어오나? 나는 그 이유를 전통 인프라를 대체해 자기들 쪽으로 권력을 땡겨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 블록체인은 기존의 전통 인프라를 깨뜨리기 위한, 테크 업계의 트로이목마와도 같은 기술이다. 기존 인프라 플레이어를 무너뜨림으로서, 이들이 갖고 있는 기존 파이를 테크 섹터가 가져간다. 이 과정이 꼭 좋다라거나, 진보라거나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기존의 권력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다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돈이 들어온 곳에 역베팅을 하지 말자. 이건 크립토가 무슨 탈중앙화의 정신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어짜피 중앙화된 어느 사업자 몇몇을 믿게 될 것이다. 물론 so-called “Web2” 보다는 나을 것이다. 왜? 테크 업계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커뮤니티 정신” 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자치권을 사람들에게 넘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Tokens in the attention economy - cobie
이어서 생각을 해보자. 현재 크립토가 레거시를 가져오는 일이라면 무엇이 필요할까? “Tokens in the attention economy”.
흔히들 크립토에서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이 시스템은 커뮤니티 없이도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보면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말은 Attention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허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래에서 후술하겠지만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가 크립토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나의 데이터 소유)과 결합하면서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고, 기술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커뮤니티라는 개념은 크립토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개념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마침 시대적 흐름과도 너무나 잘 어울렸고.
People are the New Platforms - Three quarks
“But I would hope that in the future, the organizing principle will be you, your identity, your stuff, your digital goods, your connections, and then you’ll be able to pretty seamlessly go between different experiences and different devices on that.”
마크 저커버그가 한 이 말이 진짜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1) 나와 관련된 여러가지 데이터들을 내가 직접 소유하게 될 것이고 2) 이를 개인이 직접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즉, 나의 데이터를 내가 필요한 곳에 스스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When people own their own content, including its data and metadata, they own its distribution as well. They become the new intermediaries. People become the new platforms."
똑같은 이야기를 저자가 보다 명확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더 많은 개인들이 기여자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반면 현재는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기여 또한 나의 데이터로 쌓이면서 자연스레 나의 아이덴티티가 형성될 것이고, 다양한 판에서 그 아이덴티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해치랩스 문건기 대표님의 의견을 흥미롭게 읽었다.
Web3에서는 디지털상에서 ‘나의 자산이 나만의 소유‘임을 증명해야 하고,
나아가서 ‘내가 소유한 것들이 나를 대변’하기 때문에(마치 현실에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나를 대변하듯, 디지털에서 트위터 팔로워 혹은 블루마크가 트위터 계정을 대변하고, 게임 아이템과 소속된 길드가 게임 계정을 대변한다)
내가 소유한 디지털 자산을 바탕으로 디지털 정체성/아바타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디지털 정체성/아바타와 소통할 수 있다.
그렇기에 Web3에서 Wallet은 Web2 핀테크앱, 은행계좌, 주식계좌와 같은 금융 활동의 매개체이자, Web2 SNS, 채팅앱과 같은 소셜 활동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Wechat과 같은 Super App의 모습이 Web3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Venmo가 이루지 못했던 핀테크 + 소셜앱이 Web3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히 디지털 자산의 소유를 입증하는 문제마저도 아직 쉽고, 안전하고, seamless하게 해결하고 있는 제품은 없다. 그래서 기회가 있고, 정말 풀 만한, 재미있는 문제다.
이 관점에서 ‘내가 얼마나 이 생태게에서 활동을 해왔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온체인 데이터가 토큰&NFT의 보유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 여러가지 질문들이 떠오른다. A체인에서 B체인으로 디지털 자산을 옮길 때 온체인 데이터 또한 같이 옮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체인마다 아이덴티티가 생기는 것일까? 그렇다면 하나의 플랫폼(메타버스 판) 안에서 동시에 여러 체인을 연결해서 그걸 종합해서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표현하는 시대가 올까? 아니면 나를 대변하는 다양한 아이덴티티가 존재하고, 상황에 따라서 골라쓰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Power to the People: My Investing Focus 2022 - LVP
사실 크립토가 아니었어도 개인의 힘이 강해지는건 시대적인 흐름이었다고 본다. LVP의 mercedes bent는 이를 “the economic empowerment of individuals"라고 표현한다. 나는 이미 이전부터 커뮤니티 비즈니스 & 인플루언서와 팬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고 보고, 크립토로 인해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된 것이 아닐까 바라보고 있다.
Ceramic | Union Square Ventures
USV가 Ceramic에 투자할때 공개한 메모인데, 이 글 또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교환'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맥락이다.
Today, “Web 3” has introduced a new approach to solving the data problem: moving from the proprietary, compartmentalized, siloed model to the blockchain model of universal, public, verified, synchronized data systems.
Ceramic is a decentralized network for composable Web 3 data. Ceramic’s data network enables the publication, verification, and reuse of data throughout the Web 3 ecosystem, such that many applications can build on common data sets, using standard data models.
What does that look like in practice?
Member profiles & reputation systems can be shared across DAOs, protocols and applications, evolving and referencing attributes across projects (e.g.: DAOhaus, BuilderDAO, Rabbithole)
Social graph, social networking and publishing primitives can be developed and shared across systems (e.g., CyberConnect, The Convo Space)
NFT metadata can be verifiably extended and enriched (e.g.: FungyProof, GeoWeb)
위에서 언급한 ‘하지만 중요한건 이러한 시스템이 기존에는 하지 못하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의 대표적 예시중 하나가 Programmable Money 중 Money Streaming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Investment] 디파이, DAO의 지속가능성에 불을 지필 프로토콜 - A41
“머니 스트리밍이란, 특정 시간에 맞춰서 정해진 수량의 돈을 전달해주는 것을 말 합니다. 머니 스트리밍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사전 정의된 트랜잭션 절차를 한번 승인해두면 이후 주기적으로 해당 트랜잭션이 자동으로 처리되며 추가 승인을 할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의 자동이체와 뭐가 달라?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정한 돈을 보내는 것 외에도 일정 퍼센트의 돈 보내는걸 컨트렉트에 적어놓는다던지, 이자 수익을 자동으로 다시 투자하게끔 설정하다던지 등을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끔 설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외에도 위 글에 다양한 케이스들이 언급되어있다, 자세한건 백서 참고). 자산의 이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진다면 분명히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진짜 파워풀한건 기계와 기계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밖에 돌아다니는 이동수단들 (킥보드, 자전거, 버스, 지하철 등)에 이 기술 접목하면 얼마나 혁신적인 요금 체계가 나올지 대략적으로 그려지지 않나요?
2021, the Rise of Real-Time Finance
Money Streaming 시장의 대표 플레이어는 Superfluid. 왜 급여는 1초 단위로 지급되지 않냐는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는 이 기술을 통해 자본 수익과 노동 수익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니 ‘월'급 시스템은 그냥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기준일 뿐이고 (아마도 회사가 정산하기 쉬워서 이렇게 했겠지?), 장기적으로는 실시간으로 월급을 받는게 당연해지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돈은 시간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는데 이걸 월 단위로 받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할부 지출 또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올듯하고. 그리고 돈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만큼 돈을 저장하기보단 어딘가에 자동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도 같다.
그리고 위 글에도 Money Streaming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하는 팀들이 나와있으니 한번 보시면 좋겠다.
“That’s where things start to get really exciting. The way I see it, streams are a way to make payments in the future. That’s something we could never really do with transfers, right? Transfers happen the moment you signed a transaction. Streams happen from the block after you sign until you stop them, right? So, it’s a payment in the future, and this could open up a bunch of different opportunities. From a very basic level, you can think of your relationship with applications being continuous rather than spot.”
“It’s managing millions of dollars in volume without having any balance whatsoever, right? That’s something that I don’t think you could ever see in a traditional smart contract where it’s all about TVL and value locked and storing somebody else’s funds. Basically, it’s a smart contract that’s moving money without ever storing it. That contract is also transferrable, so I can basically take the ownership of that smart contract and transfer it to you, and suddenly you’re the one receiving all of those streams.”
그리고 이 기록들이 다 온체인 데이터에 쌓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디파이에서도 신용대출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면 볼수록 이런게 진정한 디파이2.0이지 않을까 싶다.
Multicoin Capital: Networked Cash Flows
멀티코인이 Superfluid의 투자사인데, 투자 메모 중에서 “The third layer of Superfluid is a network of interlocking streams of value across many assets, all of which run concurrently without any additional gas consumption.” 이 내용이 특히 주목할만하다. 현금 흐름을 스트리밍하고, 프로그래머블한다데가 실질적으로 가스비를 줄인다는 이점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프로토콜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 중 하나.
Programmable Money: Why we've invested in Zebec's real-time streaming payment protocol
이미 투자자들은 Money Streaming 이쪽에서 기회를 포착한 것 같다. 솔라나 기반 real-time streaming payment protocol 하는ZEBEC이라는 스타트업이 $15m 투자 받았는데, 투자사가 화려하다 (DST Global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That has two big benefits. It makes it much easier for corporations to adopt, and it allows Zebec to float that withholding to invest in more tokens. The profits the company makes from yield farming allow Zebec to offer its streaming payment services to companies at no charge — a significant savings over what they pay legacy providers.”
#마지막으로
윤자영 대표가 왜 성공했는지 이 영상에 힌트가 담겨있다.
이번 글 재밌는데요 형? ㅋㅋㅋㅋㅋ 형 전 다시 학생으로 살고 있는데 요즘 대학교에 코딩한다는 사람이 무쟈게 많아여. 소프트웨어학부 수업인데 다른 학부 사람들이 더 많아요. 요즘 사람들 다 코딩에 미쳤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