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립토 내용 없이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다룹니다.
뉴스레터 외에도 다양한 채널에서 저의 생각을 접해보실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Relate 팀이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리드로 19억 규모 투자 유치했습니다.
세일즈 팀에게 CRM은 없어서는 안될 툴이지만 세일즈포스 같이 전문적인 CRM을 도입하기엔 엄청 큰 부담이 존재하고 막상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쓰기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노션으로 사용하기엔 기능의 한계가 분명하죠. Relate팀은 이러한 시장에서 차세대 CRM툴을 만들어나가는 팀입니다.
CRM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세일즈 팀 뿐만이 아니라 프로덕트 팀을 비롯한 모든 팀들이 CRM에 담긴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로덕트 팀은 유저의 목소리를 듣는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세일즈 팀은 유저 목소리를 가장 최전선에서 듣는 사람들이고 이들의 미팅에서 나온 인사이트가 프로덕트에 담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팀은 'Collaborative' Sales CRM으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여 이 지점을 완전하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요즘 스타트업들의 필수템인 피그마는 디자이너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직원들이 함께 보면서 논의하는 툴이 되었는데, Relate 또한 비슷한 그림을 그려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6수 끝에 합격한 Relate 팀의 Y Combinator (YC) 이야기
추가로 Relate 팀은 최근에 YC에 선정되었습니다.
SaaS가 알아서 팔리는 거라면, 영업은 왜 필요한데?
Relate 팀 블로그에는 SaaS 관련해서 좋은 아티클들이 많다. 위 글은 "If SaaS Products Sell Themselves, Why Do We Need Sales?"를 번역한 글로, B2B 세일즈에 관해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나는 비즈니스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좋은걸 만들어서 잘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B2C와 B2B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파는' 방식의 차이라고 보고 있다.
러프하게 따지자면 B2C는 마케팅에 좀더 초점을 둔다면, B2B는 세일즈에 포커스한달까?
고객 숫자와 x 고객당 매출이라는 드라이버의 숫자를 생각해보면 B2B는 상대적으로 고객 한명한명에게 더 집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B2B를 알아볼때는 프로덕트를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게 세일즈 방식을 리서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의 공동창업자 Chris가 생각하는 Docusign의 차별점: GTM 전략
아직 '불법'인데 앞다퉈 투자...수백억대 뭉칫돈 몰렸다 [긱스]
'불법인 '비대면 의료'…VC들은 왜 앞다퉈 돈을 넣었을까' 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
발전한 기술을 활용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관점에서 비대면 의료는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미래라고 생각한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딱 한번만 사용해보면 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걸. 그래서 규제도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효용이 큰 서비스를 두고 역행하기란 쉬운게 아닐테니까.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오래된 키워드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이 영역에서 '여기가 최고야' 말할 수 있는 주도적인 플레이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마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이 키워드를 대표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까. 해당 섹터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를 주도하고, 그래서 그 섹터를 생각했을때 바로 떠오르는 플레이어가 된다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헬스케어에서는 '진료'라는 영역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토스가 '송금'이라는 행위를 잡아서 금융 섹터 전체로 확장한 것 처럼. 게다가 '진료'는 사용자 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사)'까지 한번에 플랫폼으로 모을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 1등 플레이어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의 인터뷰를 거의 모두 찾아본 것 같다. 그는 단순히 돈을 벌고 싶어서 사업하는게 아니다. 진정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사회에 필요하다고 믿어왔고, 자신이 믿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본인도 알았을 것이다, 그냥 하던대로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면 세상 편할꺼라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잘 다니고 있던 의대를 뿌리치고 사업을 시작했고, 안먹어도 되는 욕이란 욕은 다 먹으면서도 신념을 위해 버텨왔다. 그렇게 그는 몇백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1997년 26살 청년이 불과 3년만에 만들어낸 결과인데, 당연히 앞으로가 기대되지 않겠는가?
나는 벤처캐피탈의 본질은 'reallocate money'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기술&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업가&팀에게로 돈이 갈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일.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기술&서비스'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창업가&팀'을 판별할 수 있어야 하며, 그리고 이걸 남들이 다 알아보기(혹은 인정하기) 이전에 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세번째가 특히 어려운 것 같은데, 남들은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나만의 근거와 확신을 가지고 의사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은 대부분 이런 판단 아래 투자하지 않았을까 싶고, "아직 '불법'인데 앞다퉈 투자"라는 제목처럼 아직 물음표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더욱 강하게 투자한게 아닐까 싶다.
빠르게 성장했다가 순식간에 망해버린 one click checkout 기업 Fast를 상세히 다룬 아티클. 이번에는 경영자 포커스하기보단 프로덕트&세일즈에 초점을 두었는데, 이 관점에서 배울 것이 많은 케이스.
Fast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툴로 포지셔닝했고 따라서 PLG 방식으로 성장했는데, 사실은 merchant 타겟해서 성장했어야 한다는게 가장 큰 내용.
어느 순간부터 ‘제품 잘 만들어놓으면 다들 알아서 쓰니까, 제품만 신경써!’라는 만트라라 생긴거같은데, 만든 제품 잘 파는 것이 잘 만드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들어 ‘매출과 이익을 신경써야한다’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점점 마케팅&세일즈를 포함한 ‘판매’에 신경쓰는 회사들이 아주 많아질 것이다.
우리는 삼성의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뷰를 가진 정보를 접하곤 하는데, 냉정하게 파운드리에 있어서 삼성이 TSMC를 따라가는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투자하는 체력 자체가 TSMC가 우위에 있으며 -> EUV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는지만 봐도 TSMC의 승리다. 물론 삼성전자는 3나노에서 GAA를 통해 승기를 잡아보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TSMC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리는 없고 동시에 고객사들이 파운드리 업체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서 지켜봐야한다. 물론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동시에 현재 초미세공정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건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유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생산기술의 완전체?... 테슬라 오스틴 공장의 비밀 [최원석의 디코드]
정말이지…테슬라는 보면 볼수록 대단한 회사다.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자율주행에만 관심을 두는데, 테슬라는 ‘생산’ 측면에서도 정말 배울께 많은 회사다. 원점부터 고민해서 뜯어고친다는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테슬라의 공정. 중력을 고려, 4층에서 배터리셀, 3층에서 배터리팩, 2층에서 완성차 조립하는 일관생산 시스템과 - 컨베이어를 AGV(무인운반차량)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의 혁신을 보여줌.
1억弗 IPO 앞둔 스레드업...리바이스와 협업 트로브
위 영상을 보고 ThredUP(스레드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헌옷을 사들인다음 되파는 기업인데 하루 평균 10만벌을 팔고 매출도 20년 기준 2000억원 정도가 발생했으며 시총 약 1조 5천억원으로 나스닥 상장까지 해낸 기업이었다.
소비자가 헌옷을 판매를 요청하면 스레드업이 수거해서 팔 수 있는 상태인지 체크한다음, 세탁을 한 후, 가격 매겨서 올려주고, 판매가 된다면 일부 수수료를 스레드업이 가지고 나머지는 판매 요청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요즘 트렌드에도 부합하고, 상당히 재미있는 BM이라서 공유.
국내에선 세탁을 내제화한 런드리고가 추진해볼만한 사업인 것 같고, 얼마전 크림이 55억 투자한 ‘콜렉티브'나 빈티지 패션을 다루는 스타트업 ‘구슬'도 추후 도전해볼만한 사업인 것 같다.
음악 저작권을 모아 펀드를 굴리는 사업 아이템 [스머프 x 콘텐츠테크놀로지스]
콘텐츠테크놀로지스는 흥미롭게 보고 있는 BM. 펀드를 조성해 매입한 음원IP를 통해 안정적인 캐시플로우의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고(주로 원래 받았어야 할 돈인데 받고 있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서 수금한다고), 점차 IP의 중요성이 올라가면서 여러 시도들을 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본다.
이를 ‘펀드 조성'을 통해 만들어냈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고, 누군가 콘텐츠테크놀로지스를 차세대 VC 모델같다고 말해줬는데 그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장원 대표가 버티컬 놀리지에 금융 지식까지 함께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고.
하이퍼리즘 1,000억 원 규모 펀드 결성…웹3 투자 나선다
콘텐츠테크놀로지스에게 영감을 얻어 펀드 조성을 통해 생태계를 키우려는 시도들이 최근들어 많아지고 있는듯. 하이퍼리즘도 웹3 기업에 투자하는 천억짜리 펀드를 조성한 것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라포랩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팀플레이어'는 여러 회사에서 꽤 흔하게 중요한 가치로 꼽히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 홍주영 대표
21세기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는 조직문화라고 생각하고, 이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라포랩스는 모범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라포랩스가 이야기하는 따뜻한 커뮤니케이션, 팀플레이어. 이런식으로 조직 내 표현 통일로부터 건강한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게다가 라포랩스는 비즈니스도 참 잘한다. 요즘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퀸잇을 레버리지 삼을 수 있는 자체 브랜드&PB상품을 준비하고 있고, 같은 타겟(30-50)을 대상으로 이번에 런칭한 신선식품 서비스 팔도감 초기 지표도 잘 나오고 있다. 유력한 차세대 유니콘 후보라고 생각.
토스, 넥스트 애자일을 고민하다 : 토스의 프로덕트 매니저를 소개합니다
토스 또한 모범 케이스라고 보고 있고, 특히 토스의 조직문화가 어떻게 진화해나가는지 보면서 힌트를 많이 얻는다. 원래 토스는 PO 직군만 존재했는데(참고: 토스 PO는 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을 책임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덕트가 커지면서 안정성과 효율성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이를 책임지는 PM 직군을 새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성장 단계에 따라 초기에는 PO만 존재하다가 점점 PM을 늘려가는 구조가 인상적.
이러니까 당근이 잘될수밖에.
[쫌아는기자들] 리벨리온, 어렵다는 시장에서 620억원 투자 받은 이유
"큰 돈이 들어오면 창업자는 어떤가요 -> 들어오는 돈만큼 제가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법인 통장에 100억 있을 때와 600억원이 있을 때, 꿈의 크기와 스케일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장비를 사도 스케일이 달라지고, 데려오고 싶은 인재의 레벨도 달라집니다. 예전엔 훌륭한 엔지니어를 모시고 싶어도, ‘연봉 못 맞춰드릴 것 같은데…’라고 접었었는데 지금은 고민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는데, 스타트업은 투자급이 앰비션, 야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600억원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는 말을 들을까. 그걸 고민합니다. 행복 반, 고민 반."
요즘 생각하는건데, 자신이 의사결정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얼마냐 되느냐가 그 사람 생각의 범위를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또한 이를 통해 그 사람의 영향력 또한 가늠할 수 있는 것 같다. 자기 돈으로 하면 베스트겠지만 그러기엔 쉽지 않으니 레버리지 수단을 잘 활용하는 것이 비결이 될 수 있겠다 (무조건 빚 지라는 소리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소리로, 스타트업 운영해서 펀딩받는 것이나 VC&PE 등 금융사 가서 운용해서 인센티브 받는 것들이 내가 말하는 레버리지의 예시들이겠다).
서울스토어의 M&A 이야기. 리더의 M&A 의사결정이 담긴 글.
너무나 동의하는 글. 사람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각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시간의 밀도를 높여야만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 김동호 대표는 이를 ‘쌓는 시간과 흐르는 시간'으로 분류한다. 시간을 쌓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방향을 명확히 했다면 시간을 잘 쌓기 위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일정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예전부터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구하질 못해서 읽지 못하고 있다가 학교 도서관 보존서고에 있는걸 알게 되어서 바로 빌려 읽은 이건희 회장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이건희 처럼 깊은 생각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기르자'는 것. 그는 단순히 1~2년 뒤를 앞서간 것이 아닌, 10년 20년 뒤까지 예측했다. 단지 기술의 발전 뿐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깊은 탐구를 했고 그 지식 지혜들이 결합되면서 큰 생각의 줄기로 이어지는게 보인다. 나 또한 겸문의 폭을 넓히면서도 깊게 가다듬어 나만의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겠다.
지도자의 덕목을 논할 때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기준을 세웠다. 나 역시 경영 현장에서 30년을 보내는 동안 리더는 종합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음 다섯 가지를 덕목으로 세웠다. 알아야 하고, 행동해야 하며, 시킬 줄 알아야 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아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는데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남을 움직여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현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방향을 잡고 목표를 설정할 능력이 생기며 제대로 시키고, 가르치고, 평가도 할 수 있다. 리더가 책상에 앉아 도장만 찍어서는 조직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나는 일하고 챙기는 데 내 나름의 몇 가지 원칙과 습관이 있다. 먼저 목적을 명확히 한다. 보고를 받으려면 보고의 목적과 결정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한다. 다음은 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한다. 본질을 모르고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 본질이 파악될 때까지 몇번이고 반복해서 물어보고 연구한다. - 나는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업의 개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당신이 하는 일의 업의 개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한다.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키며 달을 보라고 외치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만 쳐다보고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목적과 본질 파악이 나의 원칙이라면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려고 하는 노력은 나의 습관이다. 우리는 국가 시 도 시 군 구 동 읍 면의 순으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접근하지만, 서양은 그 반대다. 나는 동양의 주소 표기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할때 대소완급의 구분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일의 본질에 바탕을 두고 우선 순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공장을 방문했을 때 공장은 한창 건설중인데 조경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장 건설이 최우선인데 정원을 먼저 가꾸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대소완급을 구분하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최종 결심을 하기 전에 챙겨 봐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정보의 확인과 활용이다. 우리는 대게 있는 사실(데이터)과 정보(인포메이션)를 구분하지 못한다. 바로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의 사실 파악은 데이터이지 정보가 아니다. 정보란 그런 사실을 내가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다.
환율이 올랐다는 사실은 데이터에 불과하다. 환율이 오르는데서 오는 득실은 무엇이고, 환차손을 줄이고 환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곧 정보다. 데이터를 보고 읽는 관점에 따라 정보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관점을 달리하고 이를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곧 정보 활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목적과 본질을 알았고, 숲과 나무를 보았으며, 대소완급의 판단 아래 관련 정보까지 활용하여 최종 결심을 했다면 다음은 일이 되도록 진행시켜야 한다.
경영이 무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경영이든 일상사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자기 중심으로 보고, 자기 가치에 의존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바꾸라고 권한다. 한 차원만 돌려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처럼 모든 환경이 초음속에 비견될 정도로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동일한 사물을 보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입체적 사고'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입체적 사고가 습관이 되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오조'가 가능하다. 나무를 심을 때 나무 한 그루만 심으면 그 가치는 몇십만원에 지나지 않지만,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면 목재로서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 공해 방지, 녹지 제공 등 여러 효과를 거두게 되고 재산 가치도 커진다. 나무를 심더라도 숲을 생각하는 것, 이것이 입체적 사고이자 소위 일석오조인 것이다.
나는 선친으로부터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나 자신 삼성의 회장으로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을 키우고, 쓰고, 평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키워, 필요한 때에, 필요한 곳에 쓰는 일이야 말로 기업 경영자의 의무인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에 못미친다고 하여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지 않았던가. 인사가 만사인 것이다.
똑같이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회사가 꼭 필요로 하는 핵이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많은 사원 중의 하나, 즉 점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똑같이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핵이 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누구의 지시를 받기 전에 먼저 일을 찾아서 한다. 눈가림이나 생색을 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닌 만큼,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기 책임을 다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니 자율과 창의도 넘친다. 그러니 핵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것이 내 일이라는 주인의식이나 '왜'라는 문제의식도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은 점 이외에 무엇이 되겠는가?
성공을 거두었던 수많은 변화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나는 지금까지 이 공통점을 올바른 변화의 계명으로 삼아 기업 경영에 적용하려 애써 왔다.
첫째, 모든 변화는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 돌을 던지면 동심원의 파문이 처음에는 작지만 점점 커져 호수 전체로 확산돼 나가는 것과 같이 모든 변화의 원점에는 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나는 준비되었으니 너부터 먼저 변해 봐라'하는 방관적인 태도나 '나는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 너는 앉아서 편히 쉬느냐'고 남을 탁하는 태도, 또는 '나는 쉬는데 너만 혼자 뛰기냐'며 뛰는 동료를 질시하거나 뒷다리부터 잡는 태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변화의 장애물이다. '나부터 변화' '너부터 변화'는 비록 획 하나 차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전부와 전무의 차이인 것이다.
둘째, 변화의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큰 배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 배는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변화가 가져올지도 모를 불편, 불이익에 저항하는 이기주의의 전형적인 예가 '총론 찬성, 각론 반대'다. 그러므로 변화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시적인 관점에 입각하여 부분 최적화에 집착하게 되고 그 결과 나갈 길을 찾지 못한 채 미로 속을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하는 모르모트와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변화의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변화의 관제탑'으로서 사회 지도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꺼번에 모든 변화를 이루려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보아도 혁명이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아무리 실력있는 산악인도 처음부터 에베레스트를 오르지는 않는다. 인수봉을 비롯하여 비교적 덜 험난한 국내의 산악을 두루 거친 후에야 티베트로 향한다.
변화란 쉬운일, 간단한 일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야 한다. 작은 변화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변화가 가져다 주는 좋은 맛을 느껴 보고,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에서도 남보다 바쁘게 일하면서도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가 많아 보이는데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한가해 보이지만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당장 시급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준비해두는 습관이 있다.
기업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뒤쳐지는 기업은 대체로 문제가 눈앞에 닥쳐서야 허겁지겁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앞선 기업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대비책을 강구해 놓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여유로 보이는 것이다.
초일류 기업이란 앞일을 예측해서 거기에 맞게 준비하는 '문제 정의형' 기업이다.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급급한 '문제 해결형'기업은 결코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다가올 문제를 사전에 정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두는 기업이라면 초일류 기업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추가적인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 변화를 남보다 먼저 인식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일어날 문제를 찾아내고 그에 대한 해답까지 제시하는 데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21세기형 경영자는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 내에 전파할 수 있는 철학자의 경륜이 요구된다.
21세기 미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사물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미래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직관으로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을 창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관리의 실패는 언제라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은 전략의 실패는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현상에 안주하기보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변화 추구형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변화 기피형 경영자가 더 많다. 스스로 혁신에 앞장서기는커녕 부하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까지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좌절시킨다. 결국 부하들은 지시받은 일에만 매달리고 조직 전체적으로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만연된다.
또한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스스로가 고감도, 고부가가치 정부의 수 발신자 역할을 해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남보다 많은 정보를 먼저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해답을 알고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경영자는 비좁은 국내시장에 얽매이기보다 넓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적 감각은 미래의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다.
나는 21세기를 대비하는 경영자라면 최소한 지혜, 혁신, 정보력, 국제감각의 네 가지 조건은 꼭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잘 읽고 갑니다. 삼성전자 관련 내용 찾으러 왔다가 나머지도 재밌어서 다 읽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