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HWBI 뉴스레터는 개인 사정으로 한 주 쉬어가겠습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건 좀 그래서, HWBI 뉴스레터에서 가장 인기있는 ‘마지막으로’파트는 제공하려고 하는데요. 아래는 창업가 8명을 인터뷰한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책에서 가져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생각들 입니다. 제게 많은 영감이 된 만큼, 여러분들에게도 영감의 근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더욱 좋은 인사이트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D
집에 책이 별로 없어서 친구 집 가서 책을 읽었는데, 그 친구가 지금도 제일 친한 친구에요. 책 중에서도 백과사전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 가우스에 관한게 있었어요. 그리고 가우스에 관한 것 중에서도 그거 알죠? 1부터 100까지 더하는 방법. 대게 어렸을 때의 어떤 사건이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 뭔가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케이스는 그 부분의 영향이 꽤 컸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무의식적인, 정해진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왔던 거기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충격을 준 신선한 사건이었고, 그게 또 그렇게 생각만 하고 만 것이 아니라 테스트를 한 거죠. 친구들한테 몇부터 몇까지 더해볼래? 이렇게 하면 그런거 할 줄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막 일일이 더하고 있을 때, 나는 그 공식(m(n+1)/2)로 접근하니까 나를 이길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단순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조금 더 근원적으로 가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나중에 제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부터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게... 그래서 저는 그 사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결국 사람은 환경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제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습관의 영역'과도 닿아있는데, 아무튼 환경이 바뀌어야, 또 어떻게 환경을 꾸미느냐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제 아이들에게도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죠. 네가 만약 성공하고 싶다면 그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대학원 떄 결정적이었던 것은, 후배 사무실에 놀러가서 PC통신이라는걸 처음 접한 거에요. 컴퓨터는 그렇게 충격이 아니었는데 연결되어 있는 세상, 이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PC통신이라는게 뭔가 멀리 있는 사람이랑 연결되어 있다, 서로 채팅을 하고 자료를 교환하고, 그때 자료라 해봐야 비키니 사진, 그런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아무튼 뭔가 신기한 거죠. 그때 처음으로 연결된 세상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거에요. 몰랐던 세상에 대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마치 그때 그런 느낌이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한번 빌게이츠가 회로판을 들고 있는 사진이 너무 인상 깊어서, 그게 꼭 나라면 그때 그 pc통신을 봤을 때의 내 느낌이랑 똑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딱 보는 순간 여기에 뭔가 무한한 세상이 있다, 연결된 무한한 세상이 있다, 그런게 정말 운명처럼 다가왔었고 '난 이걸 해야겠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됐죠.
그렇게 결심을 하고 나니까 '아 컴퓨터를 제대로 해야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까지는 문서 작성하던 수준이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를 할 수 있는 데가 어디지?'하다 보니까 그때 우리과(산업공학) 학생들인 삼전, 하드웨어, 컨설팅 이쪽으로 가던 때였고 컴퓨터 쪽은 안갔는데, 그런데 난 이쪽 소프트웨어 쪽으로 해야겠다 해서 삼성sds를 들어갔죠. 그것도 입사 지원 이런거 다 끝났었는데, sds인사과를 무조건 찾아가서 '나 입사하겠습니다'하고 원서를 딱 놓았죠. 그랬더니 '뭐야 이거?'하기에 제가 '병역특례 좀 주세요'해서 삼성sds에 다니게 됐죠(웃음).
저도 창업을 많이 하라는 얘기를 하지만 학생 때부터 창업은 좀 반대에요. 최소한 1~2년 정도, 대기업에는 조금 더 있어야 돼요. 그런데 대기업은 특정 시스템만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체를 보기가 어렵고, 작은 회사는 전체를 보기가 좀 쉬우니까 창업을 꿈꾼다면 작은 회사가 더 유리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연히 거기서 하나를 만들어내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영업,마케팅,인사,재무 등 아무튼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비즈니스에 대한 전체 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봐요. 그런건 강좌 한달 듣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같이, 창업은 어쨋든 혼자 하면 당연히 안될 것 같아요. 자기가 뭐든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그런 팀이 있으면, 자기가 모르는 영역을 커버해줄 수 있는 팀이 있으면 조금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팀이 전부 다 대학생들로만 구성되면 또 그 영역을 모두 다 갖출 수 있는 팀은 안 나올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건 (sds의 통신사업이)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그때는 9명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까 얘기한 것처럼 조그만 기업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영업,마케팅 다 해본거죠. 모든 영역을 다 해봤어요. 마케팅도 해보고 콘텐츠 제휴하는 업체도 계속 만나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화면 하나하나 다 그리기도 하고 이런거 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그때의 그런 모든 경험들이 나중에 창업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거죠.
셰프가 음식점을 하는 것과 셰프를 고용해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창업할 때는 그 비즈니스나 서비스에 자기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거지, 그렇지 않고 외주를 줘서 한다, 이런 건 개인적으로 거의 워킹을 안하는 모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아놓는다, 준비를 해놓는다, 이런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도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한다? 아이디어는 정말 20%도 안되는 역할인 것 같고, 나머지는 80~90%가 실행력인거 같거든요.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중요하지,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비슷해서 '이건 세상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걸 거야' 이런 가정은 항상 틀린 것이거든요. 세상에 누군가는 이미 생각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그걸 하고 있고.
비즈니스를 하든 다른 뭐를 하든 뭔가에 대한 질문, 질문이 굉장히 중요히거든요. 질문을 잘 찾아내는게 제일 중요해요.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틀린 질문을 하면 올바른 답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어쨋든 그 시점에서 게임이라고 하니까 남들이 만들고 있는거 다운받아서 하는 게임만 생각하고 있다가, 우리가 지금 게임보다는 인터넷이다 하는 중에 '게임이야, 인터넷이야' 이걸 선택했어야 했죠. 그 당시에 '인터넷이 대세지' 이 선택이 한게임의 탄생이었죠. 이게 없었으면, 어떻게 보면 우리도 바둑, 고스톱 이런걸로 얘기가 됐을 거고, 그런 클라이언트 게임들이 그 당시에 몇천명정도 하고 있긴 했지만 나중에는 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어요.
어쨋든 CEO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다른 사람을 통해 맞춰야 한다는게 제일 중요한 가 같아요. 자기가 약하다고 그걸 막 개선해봐야, 자기 약점을 개선해봐야 얼마나 개선이 되겠어요. 그러니까 자기에 대한 이해도 좀 중요한 것 같아요.
아까 질문이 중요하다고 한 것은 똑같아요. 문제를 찾아가는 방식인데, 뭘 만들지 빨리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럼 스마트폰에서 뭘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려면 무슨 질문을 해야 되느냐, 사람들이 뭘 많이 쓰느냐. 막 이런걸 브레인스토밍하고 얘기를 해나가는 과정에 '스마트폰이 뭐야?' 하는 질문을 하고 '스마트폰은 전화지' '그럼 전화에 가장 중요한게 뭐야?'라고 해서 '문자랑 통화지' '그럼 문자를 대체해볼 수 있나? 전화는 좀 그렇고' 해서 일단 문자를 대체해봅시다. 해서 자연스럽게 메신저도 하나 하고, 또 혹시 그룹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지 모르니까 '카카오 아지트'라는 프로젝트도 좀 하고, 그때는 또 한창 트위터가 뜨고 있어서 그럼 스마트폰 세상에서 트위터 같은 개념도 괜찮을까 해서 뭔지는 모르지만 한번 해보자 해서 딱 이렇게 3개 돌려죠. 그 대신 딱 2달만 하자. 그러고 보니 카카오톡이 그중에서 사용자 반응을 보인거죠. 지금 우리가 분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서비스들은 접고 카카오톡에 집중한 거죠.
그래서 가끔 멈춰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사람이 관성에 끌려갈 수밖에 없잔아요. 힘을 가하지 않으면 멈출 수가 없죠. 그래서 우리 회사는 자주 멈춰요. 프로그래밍이란게 뭔가 막 기능 붙이면 복잡해지잖아요. 그래서 이거 아키텍처도 정리 좀 합시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없으니까, 이 바쁜 와중에 핵심인력을 또 뽑고 그것만 하는거에요. 개선만. 완성도라는게 90%까지는 확 보이잖아요. 그런데 91% 92%는 이제 사용자는 잘 느끼지도 못할거에요. 그런데 거길 투자해야 한다는걸 아니까. 핵심에 집중하는게 괜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정말로 나중에 창업을 하더라도 핵심이 뭔지는 정말 잘 정의를 해야 하고, 그 핵심을 정말이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그건 존속할 수가 없는거죠.
핵심 습관이라는 것이 있어요. 자기가 인식조차 못하는 그런 습관이 수백 가지가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중에서 다른 습관을 압도할 만큼의 영향력이 큰 습관이 있어요. 그게 어떤 사람의 성공, 행복등 제 생각엔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을 해요. 의지적으로 자기가 뭘 해야지 하는건, 의지라는건 에너지와 같아서 잠깐 동안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24시간 그렇게 할 수도 없고, 1년 동안 계속할 수도 없거든요. 그러면 결국 24시간, 1년을 경정하는게 뭐냐 했을 때 습관인 것 같고, 그 습관 중에서도 성공, 행복과 연관된 것은 핵심습관과 중요하게 연관돼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습관을 찾아내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 습관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가 않죠. 주변에서 도와주거나 해야 하고, 나중에 동아리에서 이걸 주제로 한번 토론해보세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 완전히 내재화된 느낌이랄까? 뭔가 어떤 얘기를 하면 이건 이렇게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하는게 주변하고 얘기할 때도 그게 너무너무 자연스러운 거에요. 아무튼 이런 느낌들이 되게 많아요. 문제해결의 관성에서 벗어나는거, 다르게 이야기하면 내가 쓰는 표현중에 이런게 있는데 '생각을 묵혀보자' 하루이틀만 좀 아무생각없이 묵혀보자고 이야기를 해요. 이렇게 보면 생각이 또 좀 달라질 수 있고.
또 하나가 질문에 대한 포인트. 아까도 얘기했지만 올바른 질문을 해야 올바른 답이 나온다. 사람들은 대충 질문해놓고 그 답을 막 찾으려고해요.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이게 맞을 거야, 대충 해놓고. 그런데 질문이 A가 다르고 B가 다르고 미세한 포인트 하나가 결정적으로 답을 다르게 만들거든요. 또 회사의 핵심역량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이런 질문과 마찬가지잖아요. 그걸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회사도 달라지고, 카톡을 메신저로 정의하느냐, 소셜플랫폼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 달라져요. 이런 것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고 실행 우선 중요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것의 본질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죠. 행복에 대한, 본질에 대한 노력이 중요한 것 같고.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제가 아침에 샤워를 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런데 그냥 단순한 샤워가 아니고 40분 동안 해요. 40분 동안 샤워를 하는데 머리에 물이 떨어지는 그 느낌을 즐겨요. 내 뇌를 자극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또 그 40분은 샤워실이니까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거든요. 하루에 40분을 온전하게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 경험이 사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가 있어요. 밖에 있으면 뭔가를 생각하다가도 인터럽트가 계속 걸리고, 사실 뭘 해도 잡념이 떠오르고 그러는데, 40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을 하면 결국엔 뭔가 아주 깊은 곳에 들어갈 수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깊은 곳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는 경우도 생기고, 아니면 어떤 고민하고 싶던 주제일 수도 있어요. 아까 이야기한 대로 묵혀둔 것일 수도 있고. 그러면 그걸 하다 보면, 계속 이야기했지만 습관, 무의식 이야기하는게 그거에요. 무의식을 통제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결국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5%의 의식보다는 95%의 무의식이 더 중요해요. 그 95%의 무의식에 평생의 내 경험과 판단들이 다 총체적으로 들어가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무의식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건 쉽지 않아요.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오는 거지.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데 만유인력을 발견한건 그게 유연한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이 계속 그걸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그게 무의식에 떨어지는 현상과 딱 맞아서 그런 거고,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것도 그런 거거든요. 그런 것처럼 깊은 고민을 하고 있던게 있으면, 무의식 속에 뭔가와 딱 마주치는 순간에 창의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습관화'시키면 뭔가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거죠. 뭔가 깊은 주제에 대해 질문만 잘하고 거기서 계속 찾다 보면, 자기의 다른 생각일 수도 있고 다른 접근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요. 그런데 그런게 아니라 형식적으로 회의실에 모이면 관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떠도는 이야기지만 의식적인 이야기만 하는 거죠. 그런데 의식에 있는건 아주 일부분이에요. 무의식에 있는 걸 가져오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숙성과 집중이 필요한 거죠.
HWBI가 유익하셨다면 주위에도 소개시켜주세요!
무의식의 의식화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