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로운 격전지, 풀필먼트
국내 양대 IT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풀필먼트 사업에 진출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물건이 유통되기 위해 물류센터에서는 물건의 입고, 보관, 출고의 과정이 이뤄집니다. 기존엔 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유통하는 B2B 물류가 주였기 때문에 물류창고는 물건을 ‘보관’하는 역할이 중요했지만, B2C인 이커머스가 발달하면서 보관 대신 물건의 ‘분류와 ‘출고가 중요해졌고, 이에 특화된 물류창고를 풀필먼트라고 부릅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세계와 네이버에 미친 ‘풀필먼트’가 뭐길래
풀필먼트 대표주자는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에 월마트 출신인 지미 라이트를 영입하면서 월마트식 물류 모델을 도입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월마트식 모델은 이커머스에 적합하지 않음을 체감했습니다. 이에 SCM 전문가인 제프 월크를 영입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킨다는 뜻의 단어 fulfill을 딴 풀필먼트 모델을 도입하게 됩니다. 풀필먼트를 통해 아마존은 배송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고, 결국 당일 배송을 목표로하는 아마존 프라임까지 도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제3자 사업자에게도 수수료를 받고 풀필먼트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을 내놓으며 풀필먼트 최강자로 자리 잡습니다.
[CLO] 창고 넘은 아마존, 풀필먼트가 커머스의 미래인 이유
풀필먼트는 국내에서 또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쿠팡이 이용 중입니다. 쿠팡의 로켓 배송 하루 출고량은 300만 건이 넘는 데다가, 대부분의 주문은 밤 10~12시에 몰리기 때문에 물류 난이도가 높은데요. 이처럼 엄청난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쿠팡은 풀필먼트에 기반한 다이나믹 배치라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많은 물류창고들이 비슷한 카테고리의 물건을 근접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과는 다르게, 쿠팡의 다이내믹 배치는 물건을 랜덤하게 배치해놓고선 물건을 찾는 가장 짧은 동선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아래 사진. 출처 폴인). 이러한 풀필먼트 기반의 물류 내재화는 쿠팡을 이커머스 최강자로 만들어준 핵심 역량입니다. 이외에도 마켓컬리, CJ대한통운 등이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이마트 또한 ssg.com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오라는 이름의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풀필먼트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뛰어드는 것인데요. 먼저 네이버의 풀필먼트는 스마트스토어 셀러들의 물류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아마존의 FBA모델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는 이미 쿠팡과 선두를 다투는 쇼핑 기업인 만큼 상당한 물량이 예상될뿐더러, 셀러 입장에서도 물류가 편해지는 이점과, 구매자 입장에서도 배송 기간 단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고, 게다가 차후에 알리익스프레스처럼 해외진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네이버의 풀필먼트 진출은 당연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의 풀필먼트는 직접 물류창고를 보유하는 방식이 아닌, 풀필먼트 사업자와 제휴하는 전략을 택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풀필먼트 업체 위킵과 두손컴퍼니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엔 동대문 패션 스타트업 신상마켓에 투자했는데요.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신상마켓의 핵심 경쟁력이 B2B 물류 내재화라는 점입니다. 신상마켓 투자를 통해 네이버는 B2C에 특화된 물류업체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역량을 가진 물류 업체와의 관계를 넓혀나가 종합적인 물류를 추구한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후 제휴 업체들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면, 네이버가 물류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네이버 클라우드의 영향력을 넓히는 등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네이버가 ‘동대문 물류’에 투자한 이유
네이버야 쇼핑이 핵심이니 그렇다 쳐도, 카카오는 왜 풀필먼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요? 카카오는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를 통한 B2B 대상 AI서비스를 차기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에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의 풀필먼트 또한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에서 기획한 것으로, 이를 통해 카카오의 풀필먼트는 B2B 기업을 꿈꾸는 카카오의 전략 중 하나임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풀필먼트는 Warehouse as a Service 형태의 서비스로, 하나의 물류창고에서 B2B 기반 대형 물류와 B2C 기반 이커머스 풀필먼트 모두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될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물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업체들과의 제휴를 늘려가고 있으며, 카카오는 차기 B2B 소프트웨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당장은 각자 다른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 커머스를 분사시키고 톡딜이라는 공동구매 서비스를 내놓는 등의 커머스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을 바라볼때, 풀필먼트라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를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요?
*대부분의 첨부자료는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엄지용 기자님께서 작성하셨는데요. 물류 관련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써주셔서 자주 챙겨봅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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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하워드 막스 : 코로나19와 시장 상황에 대한 Update
위기가 닥치니 대가들의 말이 많네요.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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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 앞으로 이런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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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리셀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데, 국내에선 번개장터가 시도하네요.
[조선일보] 네이버, 자회사 라인 통해 일본판 배민인 데마에칸 인수
전세계 어딜가나 배달 시장은 치열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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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화적 차이가 많은 것을 좌우하는 요즘.
[테크노드] New Taobao ‘C2M’ app takes aim at Pinduoduo
중국에선 low tier도시에서의 C2M 기반 이커머스 전쟁이 한창. Pinduoduo가 시장을 만들었고, JD와 Alibaba가 빠르게 쫒아오는 중. 한국에선 카카오가 이 모델을 따라하는중.
Rivian을 보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에너지 측면의 장점도 있지만, 공간 효율의 극대화가 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전기차로의 전환은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
[조선일보] "비메모리 반도체 기반 약한 한국… 이 척박한 시장에 뛰어든 게 대견했죠"
우리나라 비메모리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파두 같은 스타트업이 많아져야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USV같은 퓨처플레이. 향후 결과가 기대됩니다.